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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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17.
하이쿠 - 민경쿠 8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는 시 한 편이면 충분하다 어린 봄 어린 봄은 나뭇가지 위에새 울음 속에 너 어린 봄은내 마음 위에 오늘도 나는 너를 바라보며이렇게 울먹이고만 있다. 강인한 봄 강인한 봄은 땅속에서부터나무그루터기 속에서 나의 강인한 봄은내 가슴속에 지금 너의 찬란한 몸부림을 바라보며이렇게 탄성을 지른다너 꽃이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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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8.
하이쿠 - 민경쿠 7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는 시 한 편이면 충분하다 된다 보는 것이내가 된다듣는 것이 내가 된다만나는 사람이내가 된다 된다 안다 안다 아는 것이보인다보이는 것이나를 채운다채우는 색이나를 살랑거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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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26.
하이쿠 - 민경쿠 5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는 시 한 편이면 충분하다 월연대 단출한 한 칸처럼 살 수 있다면 삶의 품위란 어디에 살든 자신을 잃지 않는 것 강물에 흔들리는 달을 잡을 수 없지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우리는 좋아질 수 있다. 당신은 지금까지 충분히 수고했다.그러니 우리 이제 아우성에서 벗어나 조금 더 천천히 걷자 나의 삶에 주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세월에 묻어오는 모질거나 부들부들한 고민들을모두 붙잡지만 않아도 우리는 한껏 여유로울 수 있다 조금 느리고 엉성하게 비껴서 살아보자당신은 충분히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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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7.
바람의 연대 - 우리는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는 시 한 편이면 충분하다 바람의 연대 우리를 키우는 건 바람이다몸 안에서 부는 바람을숨이라고 하지 나의 숨이 너에게로너의 숨이 나에게로 우리는 바람의 연대 -변지영 글 나를 키우는 건 사람이다사람들 사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사랑 그리고 우정이라고 하지 나의 사랑 우정이 너에게로우리의 사랑 우정이 너에게로 우리는 사랑 우정의 연대를 향해 오늘도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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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22.
농담 - 덜 외로운 사람이다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는 시 한 편이면 충분하다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종은 더 아파야 한다. 하늘에 아름다운 구름과 마주했을 때같이 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는덜 외로운 사람이다 이국적인 곳에서나아주 맛난 음식을 먹으면서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면그 사람은 내면이 튼실하거나아니면 진짜로 외로운 거다 인생은 같은 방향을 보고 같이 흔들리는 것서로의 민망한 고백도 편하게 늘어놓을 수 있는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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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11.
집 ㅡ저 혼자 이름다운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는 시 한 편이면 충분하다 집 고샅길 돌아오는 추위에 얼어 또르르 바닥에 구르는 불빛 사랑은 저 혼자 아름답고 나에겐 발 녹일 무덤조차 없다. 저 혼자 아름다운 저녁에 고단한 가장의 퇴근길 집 아니라 고단한 발 녹일 무덤조차 없다고 잠시 고개를 떨 궤 보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내려온 지금 더는 내려갈 데 없는 바닥이지만 그래도 내일은 있고, 버틸만하다고, 해지고 어두워지면 우리는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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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8.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하루가 특별해지는 데는 시 한 편이면 충분하다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어깨에 기대어 재잘대던 , 가슴속으로 끝없아 파고들 것만 같던 너를 보내고 홀로 텅 빈 옛 절터에 왔다 날이 흐리고 바람 불어 더 춥고 더 황량하다 날이 흐리고 바람 불어 더 춥고 더 황량하다 경기도의 끝, 강원도의 어귀, 충청도의 언저리를 적시고 흐르는 남한강 줄기 따라 드문드문 자리 잡은 사지 사址의 옛 기억은 창망하다 숨 쉴 때마다 네 숨결이, 걸을 때마다 네 그림자가 드리운다 너를 보내고 폐사지 이끼 낀 돌계단에 주저앉아 더 이상 아무것도 아닌 내가 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소리 내어 운다 떨쳐낼 수 없는 무엇을 애써 삼키며 흐느낀다 아무래도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늙은 느티나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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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29.
사랑이 사람을 - 백로의 열정
사랑이 사람을 사람이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 사람을 이끄는 겁니다 잘해주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마음 활짝 열고 내려놓는 일입니다 가장 적극적인 수동의 응답입니다. 백로의 열정 누군가 백로의 아픈 다리를 보았어요 큰 비로 부러져버린 한쪽 다리 그 다리로 버티고 서서 먹이를 사냥하는 그 몸짓을 비록 사냥에 실패하였지만 한 다리로도 무섭게 먹이를 향해 질주하는 그 열망을 응원하면서 조금은 그 열망을 나눠가지고 돌아간다네. 그 열망을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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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6. 7.
산다 - 우리는
산다 다니카와 슌타로 산다는 것지금 살아 있다는 것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문득 어떤 곡조를 떠올린다는 것재채기를 한다는 것당신의 손을 잡는다는 것 산다는 것지금 살아 있다는 것그것은 짧은 치마그것은 둥근 천장에 별들의 운행을 비춰 보는 것그것은 요한 스트라우스그것은 피카소그것은 알프스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만난다는 것그리고감춰진 악을 주의 깊게 거부하는 것 산다는 것지금 살아있다는 것울 수 있다는 것웃을 수 있다는 것화낼 수 있다는 것자유롭다는 것 산다는 것지금 살아 있다는 것지금 멀리서 개가 짖고 있다는 것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지금 어디선가 신생아의 울음소리가 커진다는 것지금 어디선가 군인이 부상을 입는다는 것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지금 이 순간이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