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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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3.
뒤에야 - 알았네
뒤에야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침묵을 지킨 뒤에야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일을 돌아본 뒤에야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문을 닫아건 뒤에야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욕심을 줄인 뒤에야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마음을 쏟은 뒤에야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뒤에야 아는 것들이 있다 남들은 다 알고 나만 모르는 것도 있다 알면서도 아니길 바라고 또 그렇지 않길 바라는 진실 또한 있다 봄꽃이 제 아무리 화사하게 우릴 유혹 하드라도 중심을 잘 챙기어 천천히 천천히 꽃길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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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5.
거울 - 거울속의 나는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없을 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ㅡ악수를모르는왼손잽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 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 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이상 시인의 ' 거울'이라는 시는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이어쓰기를 통해의식의 흐름까지 내비치고 있고 거울 속 나를 통해 나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라고 할 수 있다. 나와 거울 속의 나는 거리감이 있다 거울은 시각적으로 연결해주지만 소리는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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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5.
생일 - 토닥 토닥
오늘 또 한 생명이 탄생의 문을 열고 새로운 인증을 받은 기쁜 날이다!! 우리도 한 생명의 탄생으로 시작하여 그 생명의 주인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내 삶을 누군가에게 맡기려 하면 할수록 마음은 더 공허해지고 외로워 질 뿐이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으려는 마음은 내려놓아야 한다 내 마음이 먼저 웃어야 상대의 웃음을 밝은 마음으로 받아줄 수 있다 '토닥토닥 그래 오늘 하루도 고생(苦, 生)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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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10.
늘,혹은 때때로 -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는건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 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 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노을인가 조병화 시인은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본질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를 쉬운 일상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많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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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9.
우리가 물이 되어 - 기다리는 그대여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 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시인의 손을 떠난 시는 각자의 몫으로 이해된다고 할 수 있는데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는 상실된 민족 남북의 대치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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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2.
봄날 - 매화꽃 보러
봄날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매화꽃 보러 간 줄 알그라 그 봄날이 힘들게 우리 곁으로 오는 3월이 시작되었네요 흰 눈과 봄기운이 교대로 섞이며 섬진강가 봄 꽃을 피우려 오고 있고요 3월의 눈도 남도의 매화도 아무 일 없는 듯그냥 우리 곁으로 스르르 다가서고 있네요 그냥 묵묵히 그날을 사는 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고 속삭이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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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5.
봄 - 반짝 반짝
봄 어둑한 무덤들 속에서나 오래오래 꿈꾸었네너의 나무들과 푸른 미풍들을너의 향기와 새들의 노래를 아, 이제 너 펼쳐져 있네한껏 꾸미고 반짝반짝햇빛 담뿍 뒤집어쓴 채마치 기적처럼 내 눈앞에 너, 다시 날 반기고상냥히 날 홀리니전율이 내 온몸을 스치네축복 같은 너, 봄의 존재여! 이제는 우리 집 봄꽃 자랑을 해보려 합니다.지난해 늦가을에 뿌린 열무씨가 싹을 돋고 열무에서 총각무로 급성장하더니 급기야는 꽃을 피우면서 봄의 전령사가 되었네요한해를 걸쳐 피어오른 열무 꽃은저에게 말하는 듯합니다"저예요. 저쫌 기특하죠"칭찬해줍니다."대단하구나, 그 추위를 견디고 너의 이름을 꽃피우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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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3.
노르웨이의 숲
노르웨이의 숲 서로 사랑한우리는나란히 길을 걸어가며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것을 생각했지요 우리는 이름 모를 꽃 사이로한마디 말도 없이 다정히 걸어가며시나브로 떨리는 손을처음으로 마주 잡았지요 우리는 마치사랑의 맹세를 하는 연인처럼아름다운 숲길을 끝없이 걸었지요 이렇게 아름다운 숲이우리를 위해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행복에 겨운 우리는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지요 그리고 우리는그 숲길의 어는 한 곳에조용히 죽어 있었지요 아득히 먼기억들 속으로 빛과 어둠이서로 교차하며 멀어져 가는 듯아주 은밀한 속삭임으로아름다운 숲 그늘 아래에우리는 죽어 있었지요 저 하늘 위에서끝없아 쏟아지는 빛의 찬사에우리는 눈물을 흘리며두 손을 마주 잡고 누워 있었지요 오, 아름다운 나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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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23.
새해 첫 기적 - 도착해 있었다
새해 첫 기적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반칠환 시인의 '새해 첫 기적 '시에서는 서로 다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새해 첫날에 도착하다니,......... 그것도 새로운 시작을 위해 한자리에 모여서 출발하는 그림이 떠오르면서 새해 첫날의 기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다른 모습으로 제자리를 지키는 우리 한없이 힘빠지기도 하다가 마주 잡는 손길에 힘을 내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 말이다 하여튼 우리는 마스크를 장착한 채 2021년 힘차게 출발했다 첫 기적을 이룬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