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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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5.
겨울사랑 - 밤의 모닥불 사이로
겨울 사랑 고정희 ( 1948~ 1991 )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 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고정희 시인은 전남 해남 출생. 5남 3녀 가운데 장녀로 태어났다.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1975년 시인 박남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연가》, 《부활과 그 이후》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하였다. 시집으로 《누가 홀로 술틀을 밟고 있는가》(1979), 《실락원 기행》(1981), 《초혼제》(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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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6.
있는 그대로의 위로 - 다만 나는
있는 그대로의 위로 슬퍼하는 사람에게 내가 여기 있잖아, 라든가 힘내, 라든가 그래도 이런 저런 희망이 있지 않느냐고 무용한 말들을 들여놓지는 않으려 합니다 그건 실례가 될 테니까요 다만 나는 그의 슬픔을 슬퍼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것은 고작시간이지요 허름한 존재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괜찮을 것입니다 별과 달과 해와 바람이 있는 한 아무것도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변지영 작가님의" 좋은 것들은 우연히 온다" 중에서 좋은 글이 있어서 공유해봅니다. 기나긴 여름이 지나고 조금 가을바람이 오다가 그만 뜨거운 태양이 다시 오게 되어!! 아휴 덥다 덥다를 연달아 외쳐 되는 요즘입니다 조금 더 시간이 더 지나면 가을이 오겠지만 가을보다 여름이 더 좋습니까? 묻는다면 뜨거운 더위로 고개를 절레절레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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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23.
빗소리 - 그 여자 처럼
빗소리 박형준 1966~ 내가 잠든 사이 울면서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여자처럼 어느 술집 한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단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은 채 술잔을 손으로 만지기만 하던 그 여자 처럼 투명한 소주잔에 비친 지문처럼 창문에 반짝이는 저 밤 빗소리 박형준(1966년~)은 대한민국의 시인 겸 대학 교수이다. 1966년 전라북도 정읍에서 출생한 그는 훗날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구의 힘〉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명지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제1회 「꿈과시문학상」, 2002년 제15회 「동서문학상」, 2005년 제10회 「현대시학작품상」, 2009년 제24회 「소월시문학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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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6. 30.
순간과 영혼
순간과 영혼 반짝이는 나뭇잎이 휘익 떨어지는 순간 따사로운 햇살이 뒷목을 간질이는 순간 아주 잠시 어쩌다 아주 가끔 우리는 순간이 되지만 순간은 영원으로 가는 길목이어서 온 존재를 휘감아 데려가지ㆍ 변지영 님의 '좋은 것들은 우연히 온다 ' 중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상반기 직장 퇴직자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 서는 몸짓이 순간과 영원을 떠오르게 하는군요.. 점점들이 모여 모여서 영원이 된다면 우리의 추억들도 모여서 영원으로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되겠지요 우리 모두 영원한 지금 여기 있는 모든 것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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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5. 25.
하지 않고 남겨둔 일 - 그리고 우리는
하지 않고 남겨둔 일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려 해도 아직 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다. 완성되지 않은 일이 여전히 침대 옆에, 층계에, 현관에, 문가에 위협으로 기도로 탁발승처럼 기다린다. 기다리며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어제의 보살핌 때문에 나날이 오늘이 더 힘들다. 마침내 그 짐이 우리의 힘이 감당하기보다는 더 클 때까지 꿈의 무게만큼 무거워 보알 때까지 곳곳에서 우리를 내리누른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버틴다. 북방의 전설이 말하는 것처럼 어깨의 하늘을 린 옛날의 난쟁이처럼. 미국의 시인 헨리 롱펠로 (Henry Wadsworth Longfellow, 1807년~1882년)의 시를 소개해봅니다 젊은 날을 병원 근무를 함께한 30년 지지 친구들과 떠난 섬여행을 하면서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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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4. 27.
엄마 걱정 - 마음의 고향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 틈으로 고요의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 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이기형 시인의 엄마걱정을 어버이날 즈음에 읽고 킵 해주었다가, 오늘 애통한 나의 핸드폰 사건이 겹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게 된 시가 되었네요 어릴 적 추억으로 남은 일화 하나가 떠오르네요, 시장가신 엄마가 사 오기로 약속한 물렁 복숭아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내가 이 시에도 등장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듭니다. 어릴 적 엄마와의 추억은 힘든 일이 생길 때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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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8.
설야 -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설야 雪夜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 (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김광균 . 시인·실업가. 경기도 개성 출생. 송도상업학교(松都商業學校)를 졸업하고 고무공장 사원으로 군산(群山)과 용산(龍山) 등지에 근무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불과 열세 살의 어린 나이에 발표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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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 28.
꽃자리 - 너의 앉은 자리가
꽃자리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구상 해방 이후 「여명도」, 「길」, 「초토의 시」 등을 저술한 시인. 시인 겸 언론인. 기독교적 존재론을 기반으로 미의식을 추구, 전통사상과 선불교적 명상 및 노장사상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정신세계를 수용해 인간존재와 우주의 의미를 탐구하는 구도적(求導的) 경향이 짙다. 주요 작품으로 《초토의 시》 등이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인생은 무엇일까? 기뻐하고 즐기고 반가워하고 그리고 혼자만 하지 말고 서로 그렇게 하라고 시인 구상 선생님은 이 봄날에 말씀하시네요 꽃자리 너의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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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2. 23.
‘두 살짜리 아이와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
두 살짜리 아이와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 두 살짜리 아이하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가 동화책을 읽는다 두 살짜리 아이는 글자를 읽을 줄 모르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그림을 읽을 줄 모른다 두 살짜리 아이는 그림을 자세히 읽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글자를 듬성듬성 읽는다 곰돌이가 나비를 잡으려다 웅덩이에 빠지는 장면 앞에서 두 살짜리 아이는 금방 웃고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는 무표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두 살짜리 아이는 크면서 예순여섯 살짜리 아이를 멀리했다 // 두 살짜리 안에 예순여섯 살짜리가 들어 있고, 예순여섯 살짜리 안에 두 살짜리가 들어 있어야 마땅하다. 만약 두 살짜리 안에 두 살짜리만 들어 있고, 예순여섯 살짜리 안에 예순여섯 살짜리만 들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 두 살짜리는 두 살로 성장이 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