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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6.
봄은 -응봉산
봄은 이혜지 봄은 발레리나 발끝처럼 내려앉는다 발톱에 멍이 들고 찢어지고 예쁜 슈즈에 감춰진 발 봄은 매운 겨울을 견딘 후 오는 것이다 발레리나의 발처럼 응봉산 손문자 한 거풀식 벗겨낸 하늘이 퍽, 얇아졌다 우듬지 들춰낸 자리마다 탱탱한 초록 봉긋봉긋 구부려지고 휜 능선 팔각정에 오른다 거꾸로 해도 바로해도 네 사랑 내 마음 변치 않는 웅, 씨를 심는다 조상께 물려받은 노랑 빛 톨 둔덕을 밝히는 등불로 핀 개나리 붉고 떫고 얇아진 하루 일상을 낚아 올린 산 그늘 소중한 것들 훌훌 털어 성수대교 아래 성수에 띄워 보낸 오후..... 2024년 첫 번째 봄구경에 나선곳은 응봉동이다 첫인상은 촌스러운 경기도 한 귀퉁이 같은 인상을 가진 응봉동 구불구불 그리고 험준한 골목길을 지나니 한강을 향해서 개나리 군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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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0.
봄 2 - 과연
봄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과연 춘분 절기에 눈이 내려 싸이고 찬바람이 쌩쌩 분다 체면이 있지 하루아침에 이리 낫빛을 바꾸시면 어찌하오리까 여인의 옷차람 타고 오던 봄은 대체 어디로 숨어야 할지요 하지만 걱정은 너무 하지 마세요 힘든 인생사도 척척 쓸고 이 자리까지 왔으니까요 쌓인 눈을 뭉쳐서 근사한 눈사람으로 까지 승화시킨 우리거늘 오늘의 봄바람은 우리 인생의 한가락 변주곡 삽입인 거겠지요 멋지고 웅장한 연주를 향해 봄바람 사이를 살랑살랑 걸어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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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6.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 불행해지지 않는 확실한 방법은 너무 행복해지기를 바라지 않는 것이다. 쇼펜하우어 Schopenhauer, Arthur 명사 독일의 철학자(1788~1860). 관념론의 입장을 취하였고, 염세관을 주장하였다. 저서에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따위가 있다.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염려와 전념 앞일에 마음 두는 것은 염려 한 가지에만 마음 두는 것은 전념 염려는 언제나 뒷문으로 들어보기에 딱히 막을 도리는 없다 다만 당신의 집을 전념으로 꽉 채워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거다 현관은 현관의 전념으로 거실은 거실의 전념으로 부엌은 부엌의 전념으로 빼꼼히 문 열고 엉덩이부터 들여놓은 염려가 쳇! 재미없다고 가버리도록 에서 퍼온 글입니다 “욕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만, 삶은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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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9.
행복 봄
행복 집을 나서는 아들에게 보람찬 하루~라고~ 말했지 창밖은 봄볕이 묽도록 맑고 그 속으로 피어오르는 3월처럼 흔들리며 가물거리며 멀어지는 스무 살 뒷모습에 대고 아니다 아니다, 후회했지 매일이 보람차다면 힘겨워 살 수 있나 행복도 무거워질 때 있으니 맹물 마시듯 의미 없는 날도 있어야지 잘 살려고 애쓰지 않는 날도 있어야지 심재휘 시인은 대진대학교 문예콘텐츠창작학과 교수이다. 1963년 강원 강릉에서 태어나 1997년 『작가세계』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 부는』 『그늘』 『중국인 맹인 안마사』 『용서를 배울 만한 시간』 등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발견문학상, 김종철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봄 반듯하게 앉아 봄 일어나면서 봄 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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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9.
중독 - 틈만나면
중 독 틈만 나면 게임한다고 중독이라 하지만 난학교 갔다 와서 할 뿐 난학원 갔다 와서 할 뿐 난 밥 먹고 할 뿐 난 똥 싸고 할 뿐 학교도 안가 학원도안가 밥도 안 먹어 똥도안 싸 틈도 없이 하는 게 중독이지 틈도 없이 잔소리하는 엄마가 중독이지. 가족 간의 갈등상황이 상세히 그려지는 강기화 시인의 중독이라는 시입니다. 우리가 하는 갈등과 작정 그리고 작심들은 어느 한순간에 하게 되는 것 같지만 실은 오래전부터 조금씩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이루어지고 나서는 그때가 언제였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모르고 한 그것이 무수히 쌓이면 아 됐네!!! 하는 순간 ' 아는 것'이 되어 갑니다 모르는 것이 쌓이고 쌓이면 조금씩이나마 아는 것이 되어가지요 오늘 하루도 서서히 이루어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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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4.
봄 - 희망하라
봄 어둑한 무덤들 속에서 나 오래오래 꿈꾸었네 너의 나무들과 푸른 미풍들을 너의 향기와 새들의 노래를 아, 이제 너 펼쳐져 있네 한껏 꾸미고 반짝반짝 햇빛 담뿍 뒤집어쓴 채 마치 기적처럼 내 눈앞에 너 다시 날 반기고 상냥히 날 홀리니 전율이 내 온몸을 스치네 축복 같은 너 , 봄의 존재여! 갑자기 봄이다 싶은 날이 왔네요, 마음은 아직 새해를 맞이하는 겨울이건만 햇빛과 따스한 온도는 어느새 우리를 봄의 아련한 아지랑이를 연상하게 하네요 봄이 속삭이네요 기뻐하라 , 삶을 두려워 말아라 우리는 묵묵히 봄 속으로 또 가보는 거죠 희망하라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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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7.
슬픔에서 선익을 얻어 내는 법
슬픔에서 선익을 얻어 내는 법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에게 슬픔을 허용하라. 울고 싶거든 울어라! 부모나 대중매체는 우리에게 진짜 감정을 숨겨야 한다고 주입해 왔다. 하지만 감정 또한 우리의 일부이기에 없는 것처럼 치부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그리스도인은 죽음을 슬퍼하면 안 된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그대는 인간이다. 때때로 슬픔을 느끼도록 되어있다. 그러니 슬픔을 느끼도록 허용하라 어떤 슬픔은 정화 작용을 한다 눈물이 그대를 정화하도록 놓아두라 모든 슬픔은 그대의 성장을 위해 있는 것이니 그것이 제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두라. 근래 즐거운 여행을 다녀온 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쓸쓸함과 지루하던 일상에 대한 감사가 떠올랐다 너무나 바라던 여행이었건만 역설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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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5.
출근 - 짝다리
출 근 백로는 늘 같은 곳으로 출근을 한다 웬만한 비에도 끄떡없이 제자리를 지킨다 큰 물이 지나가자 어김없이 짝다리로 서서 목을 길게 빼고 물결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같은 자리, 같은 자세로 처자식만 없으면 벌써 때려치우겠다던 남자 밥이 죄라서 짝다리로 정류장에 서 있다. 유계자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났으며 2016년 『애지』 신인상으로 등단해 2013년 웅진문학상 2021년 애지문학작품상을 수상했다. 유 시인은 시집 『오래오래오래』, 『목도리를 풀지 않아도 저무는 저녁』이 있다. 『목도리를 풀지 않아도 저무는 저녁』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에 선정됐으며, '오래오래 오래'와오래오래오래' 세 번째 시집 『물마중』도 세종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 공모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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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4.
한발 - 하루하루
한 발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땐 지금 이 한 발 진실하게 여기 이 한 발 정확하게 그것이 결국 길이 되니까 길은 머릿속에 그리는 게 아니라 내 걸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 나는 아무것도 아니요 나는 누구도 아니다 그리해 누구나 될 수 있고 모든 것이기도 하다 하루 하루 까맣게 지우고 하얗게 다시 일어나 빨갛게 살아가다가 파랗게 사라져 가자 좋아하는 변지영 작가님의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글을 적어봅니다 2024년 시작과 함께 갑진년 청룡호를 올라타서 벌써 한 달이 가까워 지금 무척이나 추운 오늘 같은 날이면 안도현 시인의 라는 시에서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라는 물음이 떠오르곤 합니다. 내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따뜻한 겨울 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