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게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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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8.
그 강에 가고 싶다 - 가만 가만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 그저 물을 볼 일이요 가만 가만 다가가서 물 깊이 산을 볼 일이다 무엇이 바쁜가 이만큼 살아서 마주 할 산이 거기 늘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 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도 저 혼자 돌아간다 그 강에 가고 싶다 물이 산을 두고 가지 않고 산 또한 물을 두고 가지 않는다 그 산에 그 강 그 강에 가고 싶다 김용택 시인은 1948년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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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31.
꽃잎 ㅡ 존재 가치
꽃잎 나태주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들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이름 모를 존재는 많아도 이름 없는 존재는 없어라 이외수 산과 들에 피어 있는 수많은 꽃들 중에서, 이름 모를 꽃들은 많아도 이름 없는 꽃들은 드물다. 엄밀하게 말해서 지구별 그 어디에도 잡초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하찮고 보잘것없는 미물이라도 만 존재는 다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와 존재 가치를 가지고 있는 법이다. 당연히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새겨보기에 적당한 날들이다. 주변 침묵의 아우성들이 누군가의 억장을 무너지게도 하지만 세상사는 이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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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7. 3.
누가 더 아름다울까 ㅡ둘 다 아름다우면 안되나요?
이외수의 한 문장으로 버티는 하루 중에서 시한편을 소개합니다. 누가 더 아름다울까 이외수 꽃이 더 아름답다, 아니다 열매가 더 아름답다, 입에 거품을 물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멱살잡이 주먹다짐도 불사한다. 묻고 싶다 둘 다 아름다우면 안 되나요. 어떤. 분야든 성공을 거두었든 그 과정 이든. 반드시. 적은 어디에나 있다 적을 정말 퇴출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이 공존해야 한다. 수국이 어우러져 더욱 풍성하듯이 , 나. 그리고 우리가 함께 아름답고 , 위로하는 계절이 길 바라본다. 서로를 아름답게 봐주는 그런 마음이 평온하고 여유를 가지게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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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5. 20.
그리움 -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 유치환 1908 ~ 1967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시인의 절규가 느껴지는 유치환 시인의 이란 시를 소개합니다. 누구를 향한 그리움이기에 이토록 절절했을까, 남도의 바닷가에서 생각해 본다 끊임없이 밀려왔다가 , 밀려가는 파도의 어마어마한 에너지 큰 파도 그리고 잔잔한 일상의 파도 앞에서 날 어쩌란 말이냐' 묻고 싶을때 떠오르는 시가 아닐까 합니다. 정답이 없는 너와 나의 삶속에서, 해답은 물같이 느리고 유유히 흘러 가나니 , 속단하지 않고 부딪치지도 말며 , 그 물과 함께 그리움도 흘려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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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6.
전부 내줄 수 있는 마음 - 오로지 자신을
전부 내줄 수 있는 마음 사랑은 훔치거나 모방할 수 없다. 사랑은 오로지 자신을 전부 내줄 수 있는 마음에만 깃들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의 인생공부란 책에 수록된 이란 시입니다. 이란 말에서 의리란 말이 떠오릅니다. 사랑보다 의리라는 말도 함께요 다음에 소개하는 글은 도마뱀과 다람쥐의 의리에 관 한 이야기입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지은 지 삼 년밖에 안 된 집을 부득이 헐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지붕을 들어내자 꼬리에 못이 박혀 꼼짝도 할 수 없는 도마뱀 한 마리가 그때까지 살아 있었다. 동료 도마뱀이 그 긴 시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먹이를 날라다 주었기 때문이다. // 1976년의 일이다. 충청도 산골에서 어떤 소년이 다람쥐 한 마리를 사로잡아 체 속에 가두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