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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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24.
한발 - 하루하루
한 발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땐 지금 이 한 발 진실하게 여기 이 한 발 정확하게 그것이 결국 길이 되니까 길은 머릿속에 그리는 게 아니라 내 걸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니까 아무것도 아닌 모든 것 나는 아무것도 아니요 나는 누구도 아니다 그리해 누구나 될 수 있고 모든 것이기도 하다 하루 하루 까맣게 지우고 하얗게 다시 일어나 빨갛게 살아가다가 파랗게 사라져 가자 좋아하는 변지영 작가님의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글을 적어봅니다 2024년 시작과 함께 갑진년 청룡호를 올라타서 벌써 한 달이 가까워 지금 무척이나 추운 오늘 같은 날이면 안도현 시인의 라는 시에서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라는 물음이 떠오르곤 합니다. 내 마음의 온기를 전하는 따뜻한 겨울 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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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8.
일기 - 무엇이 더 중요하단말인가
일기 오전에 깡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가위로 잘랐다 오후에는 지난여름 마루 끝에 다녀간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써서 보내고 고장 난 감나무를 고쳐주러 온 의원 醫員에게 감나무 그늘의 수리도 부탁하였다 추녀 끝으로 줄지어 스며드는 기러기 일흔세 마리까지 세다가 그만두었다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 죽이고 두어 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 해도 이것 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상, 또한 지키며 살기도 힘겨운 일상을 안도현 님의 일기라는 시에서는 '마른 국화꽃 웃자란 눈썹을' 다듬는 일로 시작한다. 오후엔 사슴벌레에게 엽서를 쓰는 것으로 세심하게 정리도 하고 저물녘에는 추녀밑 기러기를 하염없이 세기도 하고 저녁엔 두어가지 찬으로 밥을 먹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이것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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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23.
가을 엽서 - 그대여
가을 엽서 - 안도현- 한잎 두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게 너무 없다 할 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떨어지는 낙엽은 찬란한 순간일까요? 아니면 마무리하는 순간일까요? 내려앉은 단풍이 사랑이듯 이 가을 우리가 낮은 곳으로 사랑을 흘려보내는 일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방탄 소년단의 메세지이기도 한 너 자신을 사랑하라 좋은 일이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찬란한 가을 단풍처럼 스스로 존재를 나타내고 내려앉아 보자 타인의 시선과 손길은 덤으로 생각하면 더 행복해진다 낮아지는 낙엽의 사랑을 닮아가는 가을을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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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0.
9월이 오면 - 그대 9월의 강가에서
9월이 오면 - 안도현 -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