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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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20.
오늘 - 나를 행복하게 했네
오늘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무심히 대응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정채봉 시인의 시 '오늘'입니다. 오늘 하루 어떠셨어요? 출근하는 발걸음에 실렸던 마음이 온종일을 지나는 사이 지금은 어떤 마음이 실려있는지요 아니면 훨훨 날아가고 또 다른 마음이 실렸을까요 꽃밭도 풀밭도 물속 피라미도 바라보며 내 마음을 실어 보았다면 오늘도 나는 행복했네요.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꽃과 풀과도 마음을 나눈다면 우리는 내일도 행복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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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9. 19.
하루엄마가 - 오래오래
하루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 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니, 고향에 홀로 지내시는 엄마 생각이 나네요 이제 나도 나이 들어 엄마인데도 말이죠, 숨기고 싶은 세상사가 많아서 일지, 따스한 품속에 안기고 싶은 것인지 일러바칠 일이 있는 건지요, 푸르던 새싹들이 갈대로 우리 곁에 스산함을 전하더니 느닷없이 차가운 바람이 우리 곁으로 와버리네요, 모두 다 좋으니 엄마 오래오래 그 자리에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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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8. 17.
흔들린다 - 침묵이다
침묵하기까지 나는 너무나 오래 걸렸다 지금이나마 침묵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침묵은 말을 참는 것이 아니다 말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는 일 가장 적극적으로 마음을 지키는 일 습관처럼 살지 않겠다는 의지. 자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결단. 무엇이 오더라도 고요히 머무는 치열한 행위. 침묵이다. 변지영 작가님의 '좋은 것들은 우연히 온다 ' 중에서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함민복 시인의 시 ‘흔들린다’ 중 일부분입니다 나무는 덜 흔들리려고 흔들거리고 그렇게 숲은 우거지나 봅니다. 인간의 균형과 보폭도 나무처럼 서로서로 보폭을 맞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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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25.
그런 사람 - 나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남모르는 상처 입었어도 어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사람 숨결과 웃음이 잇닿아 있는 사람 자신의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아는 사람 이따금 방문하는 슬픔 맞아들이되 기쁨의 촉수 부러뜨리지 않는 사람 한때 부서져도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사탕수수처럼 심이 거칠어도 존재 어느 층에 단맛을 간직한 사람 한때 부서져도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어느 길을 가든 자신안으로도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주는 사람 아직 그래 본 적 없지만 새알을 품을 수 있는 사람 하나의 얼굴 찾아서 지상에서 많은 발자국 낸 사람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자신에게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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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4. 12.
봄길 - 스스로 봄길이 되어
봄길 -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다가 죽어라 -정호승 봄바람이 휘휘휘 거리며 꽃길로 우리를 데려간다 엄마랑 아기랑 연인끼리 친구끼리 봄바람이 우리를 행복한 꽃길로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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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 7.
첫날 ㅡ그리하여
첫날 첫날은 언제나 우연이다 어설프고 눈부시며 기대가 없어서 불협화음이 없다 첫날 피어난 것들은 이내 서서히 시들어 우리는 바빠지기 시작하고 아무리 애를 써도 첫날은 다시 오지 않아 의도하지 않은 아름다움은 빚을 수 없고 기대하지 않은 기쁨은 만들어낼 수 없고 생각지도 못한 감동은 불러일으킬 수 없고 좋은 것들은 우연히 온다 첫날은 그리하여 언제나 마지막 날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첫날이다 요란스러운 카운트 다운과 함께 혹은 숨죽여 어어지는 벽시계처럼 고요하게 온다 특별한 기대가 없기도 하고 또박또박 계획이 서있기도 한 첫날이 왔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아내고 계획 속에 갇혀서 고민하는 내가 되어간다 첫날이 언제나 마지막날이듯 매 순간을 느끼고 매일을 살아가는 일로 무수한 하루를 쭉 건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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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28.
청포도 - 알알이 들어와
청포도 - 이육사 -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청포도 계절이 지나는 줄도 모르고 , 하늘만 보고지내다 보니, 10월이라니요, 하염없이 좋다,좋다 하늘이 참 좋다 하다 보니 가을입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좋은 하늘이 있고 청포도가 있어서요. 알알이 포도알처럼 우리의 과거도 튼실한 추억으로 우리 가슴을 채워가는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빛나는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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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21.
대추 - 너는 통하였구나
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저 안에 푸르름 몇 개 다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까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근 날을 만드는 것일까 대추야 너는 어찌 세상과 통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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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8. 16.
발자국 ㅡ나를 지나간
발자국 발자국 아 저발자국 저렇게 푹푹 파이는 발자국을 남기며 나를 지나간 사람이있었지 저 걸음걸음이 훗날 돌아보면 추억되고 사랑도 되고 회안으로 남으리 나의 발자국들 발자국 누구나 살아온 흔적을 뒤돌아보면 똑바로 걸어온 발자국도 있고 비틀거리며 걸어온 발자국도 있다 비틀거리며 걸어온 발자국에 잠못든다면 그것은 푸른 자서전을 쓰고싶은 양심의 역선택 똑바로 걸어온 발자국도 비틀거리며 걸어온 발자국도 모두 신에게 빚진 우리 존재의 탁본인 것을! 호로고루 성뜰에 남긴 노란 발자국들은 백만송이 해바라기로 남고 재인폭포 탐방로에 남긴 푸른 발자국들은 좌상바위 암각화로 남아 오늘도 추억의 족적들은 선명한 알리바이로 존재의 발자국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