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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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2.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
남도의 동백을 좋아하셨던이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소개하면서 안부를 묻습니다!! 동백꽃을 ‘해를 닮은 웃음소리’로 표현한 이해인 수녀는 ‘네가 있어 겨울에도 춥지 않구나’라고 하셨다.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내가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좋은 관계는 대가를 치를 때 만들어지는 결과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것들이 투자되어야 하겠지요 좋은 점을 보는 것이 눈의 베풂이요 환하게 미소 짓는 것이 얼굴의 베풂이요 사랑스러운 말소리가 입의 베풂이요 낮추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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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1.
마른 잎 - 바람에 실려
마른 잎 꽃은 모두 열매가 되려 하고 아침은 모두 저녁이 되려 한다 이 지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와 세월의 흐름이 있을 뿐 아름다운 여름도 언젠가는 가을과 조락을 느끼려 한다 잎이여, 끈기 있게 조용히 참아라 불어오는 바람이 유혹하려 할 때 너의 놀이를 놀기만 하고 거스르지 말고 가만히 두어라 너를 꺾어 가는 바람에 실려 너의 집으로 날리어 가라 헤르만 헤세는 이 시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라고 노래한다 '변화와 세월의 흐름이 있을 뿐' '끈기 있게 조용히 참아라 불어오는 바람이 유혹하려 할 때' 하지만 그 멈춤이 축복이 아니라는 걸 알아가면서도 떼를 쓰며 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영원히 한마음일 수 없는 우리 현재를 인정하고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한 내일은 없다. '바람에 실려 너의 집으로 날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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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0.
내가 좋아하는 사람 -
그저 보통의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마땅히 괴로워하는 사람 남의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슬퍼할 일을 마땅히 슬퍼하고 괴로워할 일을 괴로워하며 남 앞에 섰을 때 교만하지 않고 남의 뒤에 섰을 때 비굴하지 않은 미워할 것을 마땅히 미워하고 사랑할 것을 마땅히 사랑하는 그저 보통의 사람. 내가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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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9.
행복 - 있다는 것
행복 저녁 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힘들 때 미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외로울 때 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 그렇다 행복은 있다는 것 집이 있고 사람이 있고 노래가 있고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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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9.
사는 법 - 그리고도 남은 날은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은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나태주 시인의 간결하지만 긴 여운을 주는 이란 시를 소개합니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너를 생각할 거 같은 애틋한 시입니다. 이런 애틋함이 우리를 살짝은 들뜨게 하겠고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숨을 고르며 살아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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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8.
납치의 시 - 만약 내가 시인이라면
납치의 시 시인에게납치된 적이 있는가.만약 내가 시인이라면당신을 납치할 거야.나의 시구와 운율 속에당신을 집어넣고롱아일랜드의 손스 해변이나혹은 어쩌면 코니아일랜드로혹은 어쩌면 곧바로 우리 집으로 데려갈 거야.라일락 꽃으로 당신을 노래하고당신에게 흠뻑 비를 맞히고내 시야를 완성시키기 위해당신을 해변과 뒤섞을 거야.당신을 위해 현악기를 연주하고내 사랑 노래를 바치고당신을 얻기 위해선 어떤 것도 할 거야붉은색 검은색 초록색으로 당신을 두르고엄마에게 보여 줄 거야그래 , 만약 내가 시인이라면당신을 납치할 거야. 눈 내리는 창가에서 우린 오늘 잠시 시인이 되었다. 오리 눈사람을 만들어시로 납치 되어 보기도 하고, 시는 우리를 창가에 서게 하고길가에 핀 꽃으로도우리의 감정을 쏟아낼 수 있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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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5.
간격 - 그대와 나 사이
간 격 별과 별 사이는 얼마나 먼 것이랴. 그대와 나 사이, 붙잡을 수 없는 그 거리는 또 얼마나 아득한 것이랴. 바라볼 수는 있지만 가까이 갈 수는 없다 그 간격 속에 빠져 죽고 싶다. 모든 생명에게는 서로의 거리가 필요하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말이다. 한 주간 사람들 사이에서 분주했던 우리 그 간격 속에서 평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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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3.
새벽안개 - 그리워하는 사람이
새벽안개 새벽에 잠 깨면잠시 그대의 창문을 열어보라.혹시 그때까지 안개의 자취가 남아 있다면당신을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 지금안개가 되어 그대의 창문가에서성거리고 있겠거니 생각하라.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이여,머리 풀고 흐느끼는 내 영혼의 새여,당신을 나의 이름으로지명 수배한다. 출근길에 운 좋게 보게 된 물안개를 소개합니다 온천을 연상하게 하는 천에하얀 새무리들이 노닐다니,출근길에 횡재이랄까요!! 이런 느낌을 새벽안개 시에서는당신을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이 지금안개가 되어 그대의 창문가에서성거리고 있겠거니 생각하라. 떠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으로아련하게 표현하고 있군요 흐느끼는 새라기보다는온천을 즐기는 따스하고 따스함으로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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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2.
뒤에야 - 알았네
뒤에야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중국 명나라 문인 진계유의 시를 소개합니다. 눈 내리는 겨울 오후 소란한 마음도 뒤에야 알게 될 평상심이 되겠지요 이전의 잘못된 마음이 뒤에는 각박했던 마음이 되고요 눈 내리는 저녁 모두 평온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