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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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9.
미라보다리 - 흐르는 강물처럼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이 흐르고 우리 사랑도 흐르는데 나는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슬픔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있네 서로의 손잡고 얼굴을 마주하고 우리들의 팔로 엮은 다리 아래로 영원한 눈길에 지친 물결들 저리 흘러가는데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있네 사랑이 가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이 떠나가네 삶처럼 저리 느리게 희망처럼 저리 격렬하게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하루하루가 지나고 또 한 주일이 지나고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있네 프랑스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1880. 8.26~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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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5.
떠날 준비, 그냥 떠나가십시오.
떠날 준비 - 이정하 - 그냥 떠나가십시오. 떠나려고 굳이 준비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당신은 끝까지 가혹합니다. 떠남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니고 떠나려고 준비하는 그대를 보는 것이 괴로운 것을. 올 때도 그냥 왔듯이 갈 때도 그냥 떠나가십시오. 가을이 자꾸 떠날 준비를 하네요 낙엽으로, 스산한 바람으로 ,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단풍 빛깔을 가슴에 묻고 작별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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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9.
위험 - 마침내 그날이 왔다.
위험 - 엘리자베스 아펠- 마침내 그날이 왔다. 꽃을 피우는 위험보다 봉오리 속에 단단히 숨어 있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날이. 이 시는 미국의 무명작가 엘리자베스 아펠의 시이다 그렇다 마침내 그날은 왔다 어떤 일이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꽃이 피어나듯 그날은 오고야 만다 안전한 것이든 위험한 것이든 말이다 위험을 감내하고 피어난 꽃은 따뜻하고 푹신한 꽃잎으로 무장하여 아직 위험을 더 견뎌야 하는 이와 닥쳐올 추위에 떠는이에게 위로의 말과 따스함을 전해야한다. 코로나19 일상속에서 두려움과 격리로 힘듬을 겪고 있는 많은 우리들에게 위험속에서도 그날은 마침내 오리라는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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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7.
들국화 - 뒤 돌아보게 하네
들국화 - 나태주 - 1 울지 않는다면서 먼저 눈썹이 젖어 말로는 잊겠다면서 다시 생각이 나서 어찌하여 우리는 헤어지고 생각나는 사람들입니까 ? 말로는 잊어버리마고 잊어버리마고....... 등피 아래서. 2 살다보면 눈물 날 일도 많고 많지만 밤마다 호롱불밝혀 네 강심 江心에 노를 젓는 나는 나룻배 아침이면 이슬길 풀섶길을 돌고 돌아 후미진 곳 너 보고픈 마음에 하얀 꽃송이 하날 피었나 보다. 이 가을 피어나는 들국화를 보니 한참을 걷던 산길에서 뒤를 돌아보는 느낌이다. 큰일 작은일로 한 해도 산 능선을 이미 넘은 즈음에 강한 생명력을 과시하며 피는 들국화 🌼 큰일 작은일 비록 나에겐 아픔인 일들도 내 나름의 성찰을 통해 앞날의 디딤돌로 만든다면 이 가을 저 들국화 마냥 내 인생도 더욱 고난에 강하고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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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5.
시로 물들다.시 하나&패러디 하나- 테스 형~& 공자 형
테스 형!~~~ - Na Hoon -A -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 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가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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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2.
시로 물들다.시 하나&패러디 하나 - 콩 잡아라 & 행복 잡아라
콩, 너는 죽었다 - 김용택 -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 ,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통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어, 저 콩 좀 봐라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 죽었다 . 행복, 너 얄밉다 행복 사냥을 하였다 행복이 허공 중에 포르륵,포르륵 날아다닌다 행복 잡아라, 행복 잡아라 행복을 잡으려는데 어, 어 ?저 행복 좀 봐라 원래 내 손 안에 있었네 행복, 너는 얄밉다. 시가 내게로 왔다, 그런 나이가 된건가!! 이 가을 행복을 쫒는 파랑새가 되기보다는 행복을 만들어 주변을 환히 밝히는 연한 맛의 콩음식 같은 여인이 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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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
봉오리 - 정말 사랑스럽다고
봉오리 - 골웨이 키넬 - 봉오리는 모든 만물에 있다. 꽃을 피우지 않는 것에게도. 왜냐하면 모든 것은 그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피어나기 때문. 그러나 때로는 어떤 것에게 그것의 사랑스러움을 다시 가르쳐 주고 봉오리의 이마에 손을 얹으며 말로, 손길로 다시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 사랑스럽다고. 그것이 다시금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스스로를 축복하며 꽃을 피울 때까지. 프란체스코 성인이 암퇘지의 주름진 이마에 손을 얹고 말로, 손길로 땅의 축복을 내리자 암퇘지가 흙으로 늘 지저분한 코에서부터 먹이와 오물로 뒤범벅된 몸통을 거쳐 영적으로 말린 꼬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길고 육중한 몸을 앞뒤로 전부 기억해내기 시작한 것처럼. 등허리에 튀어나온 단단한 등뼈에서부터 그 아래 크게 상처 입은 심장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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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3.
귀뚜라미야! 나도 울고싶을 때가 있단다
귀뚜라미야 - 고진하 - 변소에 들어가면 귀뚜라미들 울지도 않고 못대가리처럼 벽에 조용히 붙어 있네 볼일을 끝내고 다시 방에 들어와 있으면 금세 귀뚜라미 울음소리 들리지 귀뚜라미야! 귀뚜라미야! 아무도 없는 데서 나도 울고 싶을 때가 있단다 벽에 이마를 짓찧으며 혼자 울고 싶을 때가 있단다 고진하 (시인/ 1953~ ) 목회자이자 작가이며, 1953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신학대학을 졸업했다. 1987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으며, 1997년 김달진 문학상을 받았다. 작품으로는 시집 , 산문집 , 동화 가 있다. 현재는 강원도 원주 명봉산 기슭에 귀촌 귀농하여,“흔한 것이 귀하다”는 삶의 화두를 말로만 아니라 불편도 불행도 즐기며 살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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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20.
9월이 오면 - 그대 9월의 강가에서
9월이 오면 - 안도현 -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