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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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30.
가지 않은 길 -숲 속에 두 갈래 길
가지 않은 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네. 안타깝게도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서운함에 한 길이 수풀 뒤로 구부러져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리멀리 굽어보며 한참을 서 있었네. 그리고 한 길을 택했네. 똑같이 아름다웠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더 나아 보이는 길을. 사실 지나간 발길로 닳은 건 두 길이 정말 비슷했다네.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밟히지 않는 낙엽에 덮여 있었네. 아, 나는 첫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놓았네! 그러나 길은 길로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 함을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지는 않았네. 먼 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하리.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 택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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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3.
선셋 라이더 - 석양이 전단지 처럼
선셋 라이더 해가 진다 원효대교 남단 끝자락 퀵서비스 라이더 배달 물건이 잔뜩 실린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휴대폰 카메라로 서쪽 하늘을 찍는다 강 건너 누가 배달시켰나 저 풍경을 짐 위에 덧얹고 다시 출발 라이더는 알지 못 하네 짐 끈을 단단히 묶지 않았나 강으로 하늘로 차들 사이로 석양이 전단지처럼 날린다는 것을 택배를 기다리는 우리들을 위해 ‘쏜살같이’ 달려야 하는 라이더가 생각나는 시입니다. 라이더를 통해 우리를 생각하게 하고, 선셋라이더의 오토바이 뒤로 날리는 전단지는 인생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 그림 처럼 다가옵니다. 윤성학시인은 1971년 서울에서 태어았고,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가 있다 양육강식의 사회에서 버둥대는 현대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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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0.
숲 - 왜 숲이 아닌가
숲 숲에 가보니 나무들은 제가끔 서 있더군 제가끔 서있어도 나무들은 숲이었어 광화문 지하도를 지나며 숱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왜 그들은 숲이 아닌가 이 메마른 땅을 외롭게 지나치며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 정희성 시인은 1945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났다. 1970년 신춘문예에 시 「변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정희성 시인은 초기부터 시대의 모순과 그로 인해서 핍박받는 가난한 민중들의 아픔과 슬픔을 주로 다루면서 절제된 언어를 통해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는 첫 시집 『답청(踏靑)』(샘터사, 1974)를 비롯하여, 『저문 강에 삽을 씻고』(창작과 비평사, 1978),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창작과 비평사, 1991)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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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18.
절반의 생 - 온전한 삶
절반의 생 절반만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말라. 절반만 친구인 사람과 벗 하지 말라. 절반의 재능만 담긴 작품에 탐닉하지 말라. 절반의 인생을 살지 말고 절반의 죽음을 죽지 말라. 절반의 해답을 선택하지 말고 절반의 진리에 머물지 말라. 절반의 꿈을 꾸지 말고 절반의 희망에 환상을 갖지 말라. 침묵을 선택했다면 온전히 침묵하고 말을 할 때는 온전히 말하라. 말해야만 할 때 침묵하지 말고 침묵해야만 할 때 말하지 말라. 받아들인다면 솔직하게 받아들이라. 가장하지 말라. 거절한다면 분명히 하라. 절반의 거절은 나약한 받아들임일 뿐이므로. 절반의 삶은 그대가 살지 않는 삶이고 그대가 하지 않은 말이고 그대가 뒤로 미룬 미소이며 그대가 느끼지 않는 사랑이고 그대가 알지 못한 우정이다. 절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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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7.
6월의 장미 - 내내 행복하십시요
6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 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 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좋은 시로 친숙한 이해인 시인의 를 소개합니다 는 2006년 출간된 이해인 수녀의 시문집에 수록된 시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서 하느님을 찾아내는 저자의 책으로, 일상과 시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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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2.
초승달 - 검은 물고기 한마리
초승달 김경미 (1959~ ) 얇고 긴 입술 하나로 온 밤하늘 다 물고 가는 검은 물고기 한 마리 외뿔 하나에 온몸 다 끌려가는 검은코뿔소 한 마리 가다가 잠시 멈춰 선 검정고양이 입에 물린 생선처럼 파닥이는 은색 나뭇잎 한 장 검정 그물코마다 귀 잡힌 별빛들 나도 당신이라는 깜깜한 세계를 그렇게 다 물어 가고 싶다 2014년에 발표된 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초승달의 모양에서 시작하여 검은 초승달은 검은 물고기가 되어 코뿔소가 되어 검정고양이 입에 물린 파닥이는 생선이 되고 그리고 별빛들..., 그런 것들이 당신이라는 세계가 아닐까 한다 끊임없는 사념의 세계를 잘 표현하고 그 마지막에는 그 사념의 세계인 깜깜한 세계를 다 물리쳐주어 꽉 찬 보름달의 세계를 선사해주기를 초승달에게 바래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