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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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12.
비 오는 날 카페에서 - 차뜨락
비 오는 날 카페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구석 자리는 내 차지였지요 조용한 음악일수록 더욱더 짙게 내 가슴 파고들고 난 펼쳐진 신문을 보는 둥 마는 둥 오로지 그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늘은 웬일인지 그대가 늦고 그럴 때면 내 마음은 한 자리에 못 있습니다 공연 이 찻잔만 만지작거리며 온갖 걱정에 휩싸 입니다, 혹시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 평소에 꽤나 느긋한 편인 내가 그대에게 만은 왜 이렇게 안절부절인지 모를 일입니다 . 주변에 있던 딴 손님들이 흘끔흘끔 쳐다봐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난 어느덧 반값이나 남아 있던 담배를 다 피웠고 , 마지막 남은 한 개비를 비벼 끄고 있을 즈음 ,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느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그대는 항상 소리 없이 내게 나타났지요. 소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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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6. 30.
가지 않은 길 -숲 속에 두 갈래 길
가지 않은 길 노랗게 물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네. 안타깝게도 두 길을 다 가보지 못하는 서운함에 한 길이 수풀 뒤로 구부러져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리멀리 굽어보며 한참을 서 있었네. 그리고 한 길을 택했네. 똑같이 아름다웠지만 풀이 우거지고 인적이 없어 더 나아 보이는 길을. 사실 지나간 발길로 닳은 건 두 길이 정말 비슷했다네.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아직 밟히지 않는 낙엽에 덮여 있었네. 아, 나는 첫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놓았네! 그러나 길은 길로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 함을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지는 않았네. 먼 먼 훗날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하리.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 나는 사람들이 덜 지나간 길 택했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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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3.
11월 - 돌아가기엔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벌써 일 년을 떠올리는 11월이 시작되었다 내 삶의 11월은 도착이 아니라 여정에 있음을 1월부터 시작한 여행은 길을 선택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숲길에서 도시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 과정에 지식을 넣기도 하지만 두려움과 힘듬도 추가되지요 도중에 건널 수 없는 강에도 이르렀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을 건넜다 그 여정을 통해 바람을 피하고 파도를 건너는 법도 배우고 무엇보다 더 마음을 여는 행복한 11월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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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9. 10.
시- 시가 내게로 왔다
시 -파블로 네루다- 그 나이였다.... 시가 내게로 왔다. 모른다.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 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다.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였다. 밤의 가지에서 홀연히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다. 또는 혼자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시는 건드렸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다. 끓어오르는 열이나 잃어버린 날개. 내 나름대로 해보았다.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다.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수한 난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