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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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9.
우리가 물이 되어 - 기다리는 그대여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 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시인의 손을 떠난 시는 각자의 몫으로 이해된다고 할 수 있는데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는 상실된 민족 남북의 대치된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