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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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3. 9.
우리가 물이 되어 - 기다리는 그대여
우리가 물이 되어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 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시인의 손을 떠난 시는 각자의 몫으로 이해된다고 할 수 있는데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는 상실된 민족 남북의 대치된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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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19.
사랑법- 떠나고 싶은자 떠나게 하고
사 랑 법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 시인의 (1945.12.13~) 사랑법을 소개합니다. 시인 특유의 허무 의식을 통하여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라고 할 수 있고, 은 1991년에 출간된 『그대는 깊디깊은 강』에 수록된 시이다 서둘지 말고, 침묵하며 쉽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