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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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3. 20.
봄 2 - 과연
봄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과연 춘분 절기에 눈이 내려 싸이고 찬바람이 쌩쌩 분다 체면이 있지 하루아침에 이리 낫빛을 바꾸시면 어찌하오리까 여인의 옷차람 타고 오던 봄은 대체 어디로 숨어야 할지요 하지만 걱정은 너무 하지 마세요 힘든 인생사도 척척 쓸고 이 자리까지 왔으니까요 쌓인 눈을 뭉쳐서 근사한 눈사람으로 까지 승화시킨 우리거늘 오늘의 봄바람은 우리 인생의 한가락 변주곡 삽입인 거겠지요 멋지고 웅장한 연주를 향해 봄바람 사이를 살랑살랑 걸어가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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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0. 17.
순이야, 라고 부르면
순이야 - 나태주 - 순이야 , 부르면 입 속이 싱그러워지고 순이야 , 또 부르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순이야, 부를 때마다 내 가슴속 풀잎은 푸르러지고 순이야 , 부를 때마다 내 가슴속 나무는 튼튼해진다 너는 나의 눈빛이 다스리는 영토 나는 너의 기도로 자라나는 풀이거나 나무거나 순이야 , 한 번씩 부를 때마다 너는 한 번씩 순해지고 순이야, 또 한 번씩 부를 때마다 너는 또 한 번씩 아름다워진다. 누군가 나를 부드럽게 불러 준다면, 따스한 눈길로 답하리라. 그리고 나도 그의 이름을 싱그럽게 불러주리라 사람은 사람을 만나 조금씩 새로 태어납니다. 이런 다른 사람을 만나 이런 다른 사람으로 서로를 닮아가지요 순이야, 라고 부르면 나 또한 그를 불러 한번씩 함께 아름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