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위의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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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9.
무릎 위의 자작나무 - 잎사귀에 피어서
무릎 위의 자작나무 자작나무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다 돋아나고 있다, 가슴에서도 피어나고 있다 두 그루가 마주 보고 있다 내 생애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한 번도 채우지 못한 목마름의 샘을 자작나무가 틔우고 있다 자작나무가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자작나무를 보고 있다 자작나무가 자작나무를 낳고 있다 구겨져서 납작하게 눌린 나무가 잎사귀에 피어서 주름들이 지워지고 있다 내가 자작나무의 무릎 위에 앉아있다 마주 보고 있는 두 그루의 자작나무. 새끼 자작나무는 잎사귀가 피고 자작나무는 주름이 지워지고 있다. 세월이 흘러 나뭇가지가 잎이 무성해지면 새끼 자작나무의 무릎 위에 그렇게 앉을 수 있겠지~ 느리고 선한 표정으로 말없이 싹을 피우고 무릎을 내어주며 마주 보고 있는 자작나무 숲을 둘이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