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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ㅡ그리하여

첫날


< 변지영 >


첫날은 언제나 우연이다

어설프고 눈부시며
기대가 없어서 불협화음이 없다

첫날 피어난 것들은
이내 서서히 시들어
우리는 바빠지기 시작하고
아무리 애를 써도
첫날은 다시 오지 않아

의도하지 않은 아름다움은 빚을 수 없고
기대하지 않은 기쁨은 만들어낼 수 없고
생각지도 못한 감동은 불러일으킬 수 없고

좋은 것들은 우연히 온다
첫날은 그리하여
언제나 마지막 날이다.




올 해도 어김없이 첫날이다

요란스러운 카운트 다운과 함께 혹은
숨죽여 어어지는 벽시계처럼 고요하게 온다

특별한 기대가 없기도 하고
또박또박 계획이 서있기도 한 첫날이 왔다

그리고 또 하루를 살아내고 계획 속에 갇혀서
고민하는 내가 되어간다

첫날이
언제나 마지막날이듯

매 순간을 느끼고
매일을 살아가는 일로
무수한 하루를 쭉 건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