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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사랑 - 벌써 일년

겨울 사랑 -박노해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떠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언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다
떨리는 겨울사랑이 온다


떨리는 겨울사랑이 온다




어느새 12월 하다가 찬 회오리바람은 우리를 빙판길로 인도하여 , 몸도 마음도 꽁꽁 매어 버렸다, 싫다 이렇게 1년이 지나는 것도 너무 추운 것도 말이다.
코로나 19가 시작되고 코로나 20 그리고 21을 지나 코로나 2022를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지쳤다 우리 모두는 일도 사람도 인계점이 있으련만 코로나의 정체는 도통 알 수 없음이 라니,
냄새라도 있다면 하는 생각까지 해본다,
이 추위에 코로나 선별검사를 위해 줄 선 시민도 보건소 직원도 가슴이 먹먹하긴 매한가지다, 더 슬픈 건 서로를 위로하고 보듬을 수도 없는 현장인 것이다.
2021년을 시작하며 꿈꾼 목표는 또다시 뒤안길로 가고 우리는 벌써 1년을 살아낸 것이다.

https://youtu.be/-sVo6 NWwK_o

브라운 아이즈- 벌써 일년


일 년을 살아낸 일,
이 마저도 목표 달성으로
삼고 싶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요즘 저를 위로해주는 최민자 작가님의 두부 예찬을 소개합니다.
두부처럼 만 2022년 살 수 있기를
단호한 뱃살은 아니고, 날렵하게 각 잡았다가 도
수더분하게 내 자리를 내어주는 두부의 무른 듯 단단함을 닮아보고 싶네요.


두부 예찬

두부는 순하다.
뼈다귀도 발톱도, 간도 쓸개도 없다.
단호한 육면 안에 방심한 뱃살을 눌러 앉히고
수더분한 매무시로 행인들을 호객한다.

시골 난장부터 대형 마트까지,
앉을자리를 가리지 않지만
조심해서 받쳐 들지 않으면
금세 귀퉁이가 뭉개지고 으깨진다.

날렵하게 모서리를 세워 각 잡고
폼 잡아 봐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제국이 몸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이미 알고 있는 눈치다.

생살을 갈라도 소리하지 않고
날카로운 칼금에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심심하면 심심한 대로, 얼큰하면 얼큰한 대로,
주연이든 조연이든 탓하지 않고
부드럽게 어우러지는
그는 어둠의 집에서 막 출소한 젊은이에게
숫눈 같은 육신을 송두리째 보시하기도 한다.
괜찮다고, 지난 일은 잊으라고,
저 또한 진즉 열탕 지옥을 견디고
환골탈태로 새로 얻은 몸이라고


무미하고 덤덤한 두부가 세 살부터 여든까지,
부자나 가난한 자나
가리지 않는 음식이 된 것은 별스럽게
튀는 맛이 없어서일 것이다.
내세울 게 없기에 군림하는
대신 겸허하게 순응하고,
껍질이 벗겨지고 온몸이 으스러지는
가혹한 담근질을 견뎌냈기에
무른 듯 단단할 수 있을 것이다.
뭉개지고 튀겨지고 시뻘겋게 졸여져
물기 다 빠진 짜글이가 되어도,
캄캄한 목구멍 너머로 저항 없이 순교해
뼈다귀도 발톱도 간도 쓸개도 되어 주는,
두부는 성자다.
진즉 열반한 목숨을 베풀어 피가 되고 살이 되고
영혼이 되어 주는,
고단한 중생들의 솔(SOUL) 푸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