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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 너는 통하였구나

대추 한 알


< 장석주 1955~>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대추야 너는

 

너 안에 무엇을

 

부드럽고 등글게 만들어

 

세상과 통하였구나!!

 

저 안에 푸르름 몇 개 다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까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근 날을 만드는 것일까

대추야 너는

어찌 세상과 통하였구나.